[카디] Arbitrage 4
: Posted by 슈크림
Arbitrage를 읽으시기 전, 우선 이 글은 Fumerie님이 쓰신 외국픽 Arbitrage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으로, 완전한 권한은 Fumerie님께서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만 한 것임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원글 http://fumerie.live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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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itrage
W. Fum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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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길 트랙 위. 요 근래 경수는 새벽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주 놀러 다니기를 즐겼다. 새벽의 찬바람을 맞으며 제 친구들과 레이스를 즐기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는 최소한의 기쁨이었다. 종인이 제 무리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 경수의 심장 박동이 박차를 가하듯 빨라졌다. 종인이 타오에게 걸어갈때, 경수는 저도 모르게 제 눈이 종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윽고 종인의 손이 타오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서로를 껴안았다. 경수는 다른 쪽을 보는 척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오늘 며칠이지?"
"9월 3일. 왜?"
"나 네 차 좀 빌려도 될까?"
종인이 최대한 착하게 웃어 보이며 타오의 눈을 바라보았다.
"박살 안 낸다고 약속할게. 완전 새 차처럼 돌려준다고 약속할게. 응?"
타오는 그런 종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 주머니에서 차 키를 슬쩍 꺼냈다. 그 짧은 순간에 타오는 제 차에 종인이 가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제 머릿속으로 나열했다. 어쨌거나 종인은 타오의 손에서 차 키를 받아냈지만 말이다.
"오늘 레이스 하는 거야?"
찬열이 종인을 의심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진짜로 레이스 하는거냐고 물어보는 거야. K 팀의 수비수가 된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어 당연하지!"
종인이 갑작스레 경수를 쳐다보며 웃었다. 종인의 눈과 마주쳤을 때, 경수의 눈은 그 두 배로 커졌다.
"도경수, 가자!"
경수가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제 차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 밤은 네 사람만 참가하는 드래그 레이스였다 - 경수, 종인, 그리고 다른 두 명의 운전수들. 경수의 차는 종인의 차 옆에 나란히 서 있었고, 종인은 내린 창문으로 경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어느덧 여름은 막바지를 달리고 가을바람이 스산히 불어왔지만, 경수의 얼굴은 더욱 뜨겁게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깃발이 내려가고, 그들은 가을바람을 뚫고 앞으로 달렸다.
종인은 그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집중력과 함께 앞을 가르며 달렸다. 이때였다. 이 순간이 그들에게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그저 혈관을 타고 흐르는 흥분감에 도취되어 매서운 속도로 저 끝없이 아득한 도로를 향해 달리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결승선에 막 다다르고 있었지만, 경수는 종인이 전혀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경수는 그럼 그렇지 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결승선을 앞둔 채 악셀을 더욱 세게 밟았다. 그리고는 경수와 종인은 결승선 양쪽에 어리둥절하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나란히 결승선을 지나쳐 달렸다.
경수와 종인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에 자연스럽게 섞여 나란히 한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 둘은 서로가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아는듯했다. 두 대의 제네시스가 한강에 위치한 은행의 앞에 미끄러지듯 멈추었다. 종인이 거세게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경수도 종인을 따라 저의 차에서 내리려고 차 문을 열 때, 종인은 기다렸다는 듯 경수의 팔을 붙잡고 경수의 제네시스 뒷좌석 문을 열고서는 그대로 경수를 안으로 거칠게 넣었다. 그 충격에 경수는 뒷좌석에 거의 누워있었고, 종인이 그 위로 올라타 경수의 몸을 짓눌렀다. 종인의 두 팔이 경수의 머리를 사이에 둔 채 경수를 가둬두고 있었고, 그에 경수는 종인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 일주일이 지났는데, 마음이 좀 바뀌었나?"
종인은 그다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근엄한 눈빛이 밀폐된 차 안의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뭐?"
경수가 차 안의 뜨거운 열기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는 종인의 입술이 경수의 입술과 맞물렸다. 달뜬 입술이 서로의 입술을 목마른 것처럼 찾아 헤맸고, 뜨겁고 말캉한 혀가 경수의 입술을 핥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저의 혀에 닿는 혀의 또 다른 이질적인 느낌에 경수는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그 둘은 서로의 입술을 빨아들일 듯 핥았다. 뜨겁고, 축축하고, 음란했다. 달뜬 숨소리와 서로의 입술을 마구 핥아대는 소리가 밀폐된 차 안에서 적나라하게 울려 퍼졌다. 종인의 입술이 경수의 턱 선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자, 경수는 목을 뒤로 젖히며 숨을 들이마셨다.
종인의 손가락이 경수의 바지 버클을 신속하게 풀어내렸다. 그리고 그 딱딱하게 부푼 것을 재간 있고 매서운 손놀림으로 조심스럽게 만졌다. 종인의 손이 경수의 것을 붙잡고, 엄지손가락으로 거칠게 문지르자, 경수의 허리가 움찔했다. 경수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종인이 저의 위에서 뜨거운 숨을 내쉬며 땀방울이 턱 선을 타고 느리게 흘러내렸다. 경수가 종인의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를 만지려 손을 뻗지만, 종인은 경수의 바지를 홱 잡아 끌어내리며 다리를 들었다.
종인이 경수의 것을 제 입으로 집어넣자, 경수는 제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깨물었다. 혀가 가져다주는 이질적인 느낌은 서서히 쾌감으로 바뀌었고, 경수의 몸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허리는 저도 모르게 튕겨 오르길 반복했고, 종인은 경수의 딱딱해진 것을 핥기 바빴다. 느리지만 빠르고, 고통스러웠지만 미치게 했다. 경수가 그 전율에 참을 수 없는 사정감을 느꼈을 때, 종인이 저의 밑에서 사정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 씨발."
종인이 건조한 웃음을 힘겹게 내뱉으며 경수의 다리 사이로 무너져 내렸다.
"오늘 네 차, 오늘 밤 이후로는 성하지 않을 거 같네."
십 분 후, 그들은 여전히 검은색 제네시스의 뒷좌석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누워있었다. 한 번의 사정 이후로 그들의 몸이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경수의 손가락이 종인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비비적거렸다. 죽은 듯 고요한 밤이었지만, 밀폐된 공간 안에서 그들의 달뜬 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차 사고에 대해 말해줘봐."
종인은 꽤 긴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손가락으로 경수의 손목 라인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종인은 무언가 대단히 사색에 잠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두 번째 차 사고였어. 그날 밤에 그 일 때문에 진짜 머리끝까지 화가 났었지...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이랑 싸웠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때는 정말 모든 것에 화가 단단히 나 있었어. 그래서 산으로 차를 몰고 갔어. 별로 확신은 서지 않았거든, 한 번 밖에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성공할까? 그런데 뭐, 다 좆 까. 이런 생각으로 미친 듯이 차를 내몰았지. 여태껏 내가 낸 차 사고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었어. 절벽으로 떨어지기 전에, 약간 하늘을 나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는 다섯 달을 뛰어넘었지."
"그래서-"
경수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뗐지만, 멈추었다.
"그게 네가 비통함을 푸는 방법이구나."
"뭐? 난 비통함이 무슨 뜻인지 내 자신도 잘 모른다고 생각 하는데."
"사전에 한 번 찾아봐."
경수의 목소리가 건조했다.
"누군가를 향한 감정을 표현해 내는 거지. 그것도 너 같은 경우는 아주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걔네들 때문에 너는 절벽 아래로 차를 내몰았잖아."
"그건 그냥 다섯 달을 뛰어넘으려고 한 거지. 시간을 돌리려고. 그리고 그건 내게 오 분도 채 걸리지 않은 거야."
"그래도 그때는 확신이 없었잖아."
"...어, 그건 그래."
"50대 50이었지? 너는 거기서 다섯 달을 뛰어넘었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 찌그러진 차 안에서 뭉개진 채로 죽을 수도 있었어. 만약에 세상이 둘로 나눠져있어, 그럼 이 세상과 평행선을 그리며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는 네가 죽었다면 어떡할래?"
"그래서? 난 여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상관없어."
종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죽었더라면, 다른 세상에서는 내가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상관없어."
종인이 경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의 세계는 그때그때 무슨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갈려져. 다른 세계에서는 우리가 시간여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세계에서는 찬열, 준면, 백현, 세훈이랑 같은 그룹의 K-pop 아이돌이 되어있을지. 누가 알아?"
"나 어렸을 때 언제 SM 오디션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세계에서는 그 오디션을 기반으로 한 내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아. 오디션에 떨어졌어?"
"어, 떨어졌어. 연습생 생활은 힘들어, 알지? 데뷔를 할 수 있을지 못 할지 미래를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연습만 죽어라 하는 생활. 그저 기다리기엔 인내심이 없었어."
"나도 학창시절 때에는 노래 대회에서 상도 많이 따오고 그랬는데. 노래로는 그다지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더라고. 가수는 연예인이고, 연예인은 유명세와 인기로 먹고살잖아. 나는 유명세나 인기 그런 거 필요 없어.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만족하거든. 강남 아파트에, 고층 건물에 위치한 사무실에, BMW까지."
경수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층 빌딩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밤에는 레이스 질주를 하고. 차 사고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하고."
"차 사고를 통한 시간 여행. 그래도 한번 상상해 봐, 얼굴에 BB크림을 바르고 요란한 무대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이상하고 오글거리는 우주 저 밖에서 온 외계인 콘셉트까지 하고 있을수도 있고 말이야."
"뭐, 생각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종인이 제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고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웃었다. 경수는 생각했다, 종인은 정말 연예인을 해도 될 것 같이 생겼다고. 저 자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매끈하고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가 유혹하는 듯 한 섹시미를 뿜어내며 잡지에 실리는 것을 상상했다.
"아니면 정말 하나의 세상밖에 없을 수도 있지. 만약에 여기 두개의 가능성이 평행하고 있다고 쳐, 하지만 우리가 하나의 가능성을 결정함에 따라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없어지고 마는 거지. 너 같은 경우에는 이 타임라인을 바꾸고 다시 또 바꿀 수 있는거지. 너는 너 자신의 삶을 쓰는 것이고. 아니면 네가 다른 사람의 삶을 쓸 수도 있겠지 나중에."
"네가 말한 이론도 좋긴 한데, 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싶지는 않거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상황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아직도 이 시간 여행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나만 과거로 가서 내 삶을 다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너와 나 말고도 우리처럼 이렇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모르겠어. 그런데 있을 것 같기도 해. 아직 나 말고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건 너 뿐이지만."
종인이 웃으며 경수의 손을 가져가 제 손과 맞닿아 보았다.
"가끔 나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래를 먼저 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난 미래를 몰라, 아주 잘은. 시간은 미궁 같은 거야. 우리가 편하라고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눠놓은 것뿐이지."
우리들의 인생은 그저 여러 가지의 사건들로 이뤄진 하나의 선일 수도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그 하나의 선에 일련히 수놓아진 채로.
"네가 미래라고 부르는 시간은 내게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야. 그 무언가가 이미 일어난 일이라고. 네게 불리는 그 미래 시간을 나는 현재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사용함으로써, 그 이전 버전의 '미래'는 더 이상 진실된 것이 아니게 된 것이지. 우리가 더 이상 과거, 현재, 미래로 우리 인생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라."
과거, 현재, 또는 미래라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에 대한 어떠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들은 한 지점에서 다른 세계의 지점으로 뛰는 것뿐이다.
"우리가 시간의 단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시계나, 뭐 달력 같은 것들은 그저 임의적인, 공간의 단위를 측정하는 자로써 사용되는 것들이지. 1미터에는 얼마나 많은 공간이 있는 거지? 한 시간에는 얼마의 시간이 있는 거지? 누구의 위주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어떤 사람들은 미터라는 단위 대신에 발을 이용하고, 우리는 시간과 날짜를 세기 위해 다른 것들을 이용하지. 네 타임라인과 내 타임라인은 어림잡아 일 년 간격으로 시작했지만, 우리는 여기에 있잖아, 그리고 아마도 네 시간이 내 시간보다 더 많이 흘렀을 것이고."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아예 세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어. 우리는 시간이라는 틀밖에 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종인은 여전히 경수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손가락을 꽉 조여서 경수의 손이 제게로 단단히 고정되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 같이 그 시간이라는 틀 밖으로 나갈 수도 있겠네."
***
다음 날 밤, 그들은 붉은색의 쉐보르 위에서 섹스를 했다. 경수는 쉐보르의 지붕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무언가를 잡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종인이 그의 뒤에서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경수는 작은 신음을 흘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경수의 뒤를 가르고 들어오는 종인의 뜨거운 것으로 인하여 경수의 몸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앞뒤로는 메르세데스와 포르셰를 두고, 양쪽에는 메이바크와 마세라티를 두고 그 은밀한 정사를 나누었다. 그러다 한 번은 종인이 경수를 잡고 초록색 재규어의 운전자 석으로 급하게 밀어 넣고 의자를 뒤로 잔뜩 뺀 채 경수의 뒤를 격렬히 박아댔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뜨거웠고, 또 음란했다. 경수를 저의 무릎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릴 때에도 그 둘의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탄탄한 종인의 허벅지가 경수의 엉덩이를 사이에 두고 경수를 단단히 가두었다. 그에 경수는 그 흥분감에 젖은 붉은 입술에서 그저 달뜬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섹스는 경수의 이성을 잃게 했다.
그들은 매번 차들을 절벽 끝으로 내몰고서는 그 차들이 처참하게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았다.
"가끔 나는 차 사고 내는 것을 시간 여행하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차와 이리저리 튄 유리들을 놓고 갈 때면, 나도 모를 도취감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경수의 제네시스를 타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때도 있고, 가끔은 걸어서 돌아갈 때도 있다.
"언제부터 차 사고를 내서 과거로 가기 시작했어?"
"엄청 오래전부터. 누구의 단위 위주로 말하는 거야?"
경수가 짓궂게 웃어보였다.
"아, 그래, 그래, 보통 사람들의 달력으로 치면, 한... 육 년 전부터?"
"그런데 너는 어떻게 시간 여행을 하기 시작했는 건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아, 하고 차를 박아서 몇 달 전으로 가는지 안 가는지 실험해 보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어, 그래. 그러니까, 사고가 났었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어떤 차가 반대 방향에서 오더니 갑자기 고속도로 중간에서 내 차를 향해 박더라고. 차 두 대가 그대로 박는 그 느낌을 직방으로 느꼈는데, 아 죽는구나 했지. 그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도로변에 누워 있었어. 내 기억상으로는, 한 일주일 전쯤으로 돌아갔었던 거 같아. 그리고 난 다친 곳도 하나 없었고. 처음에는 내가 그 일주일 뒤 일어날 사고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차 사고에서 내 복제된 몸뚱이를 살려냈으니까, 차 사고를 안 내면 내가 아직 살아있을까? 난 평생 복제된 몸뚱이로 살아야 하나? 그랬지.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아무것도 안 했어. 그런데 그게 맞는 행동이더라고. 내 복제된 몸뚱이가 사고를 다시 내고, 과거로 돌려보내져서, 다시 원래의 경수로 돌아오게 된 거지."
경수의 이야기를 들은 종인이 한참동안이나 침묵을 지켰다.
"그 다른 차는 뭐였는지 기억나?"
"어? 그냥 좀 낡은 현대차였는데. 검정색이였고, 아마?"
경수가 무언가 깨닳은듯 말하기를 멈추었다.
"아 이제 기억난다... 그 차 사고 운전석에서는 아무도 발견이 되지 않았던 거야. 당연히 내 것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 다른 차를 몰던 운전수의 몸도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 다른 차를 몰던 사람은 어떻게 된 지 몰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다른 운전수가 나였던 거 같아."
"헐."
"그럼 이제야 좀 들어맞네, 안 그래? 그... 그때가 내 처음이었어, 똑같이. 술에 취해가지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낸 사고였어. 눈을 떠보니까, 일주일 뒤였어. 아무도 내가 일주일씩 동안 사라졌다고는 생각 안 했는데, 난 좀 이상한 걸 알아챘지."
"아 그러면... 그렇구나. 그래서, 그 뒤로 또 네가 미래로 갈 수 있는지 다시 시도해 본 거야?"
"아니 난 그냥 그게 한 번쯤 일어나는... 요행? 이런 건 줄 알았어. 뭐 또라이같은 공상 영화에 나올법한 시간 구멍이라던지. 그리고는 한 일 년 동안 내가 다시 미래로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 그리고 그 두 번째 사고는, 말해줬잖아, 그냥 사고 내고 싶어서 했다고. 화가 나서, 머리가 돌아버려서, 알겠지? 그래서 난 그냥 시간을 앞으로 좀 뛰어넘어서 모든걸 다 뒤로하고 잊어버려야지, 이랬지. 아니면 뭐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게 됐으려나: 그냥 확 죽어버리자. 뭐 이런 거?"
종인이 제 눈을 살짝 감았다.
"그래, 그래서, 절벽에서 차를 내몰아서 다섯 달 동안 사라졌었어. 그때는 사람들이 알아채더라고 내가 없어졌다는걸. 그 후로는, 이제 내가 차 사고를 내면 시간 여행을 할 수가 있구나, 알았고 또 좋았어."
경수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한 뉴스 기사를 읽은 후로부터 내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서울 주변에서 계속해서 차 사고가 나는데, 그 안에 시체는 없었다- 뭐 이런 내용의 뉴스 기사를 봤어. 신문 구석에 조그맣게 난 기사였는데, 뭔가 계속 걸리는 게 있더라. 찜찜하고. 그래서 어- 설마 하고 했지. 그 뉴스에 난 차 사고 주인은 아마도 너였을 테고, 그렇지?"
"어. 아마도."
처음은 사고였다. 두 번째는 실험이었다. 세 번째부터는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중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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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로 이제 두 편이 더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