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Arbitrage 1
: Posted by 슈크림
Arbitrage를 읽으시기 전, 우선 이 글은 Fumerie님이 쓰신 외국픽 Arbitrage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으로, 완전한 권한은 Fumerie님께서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원작을 한국어로 '번역'만 한 것임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원글 http://fumerie.live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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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itrage
W. Fum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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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bitrage : 차익거래 (주식 외환 등을 한 지역에서 사서 더 비싼 지역에서 파는 것)
거친 아스팔트의 표면이 경수의 얼굴에 붉은 생채기를 냈다. 경수가 눈을 뜨자 부슬부슬 내리는 이슬비가 땅을 축축히 적시는 냄새와 함께 경수의 꼬 끝으로 스며들었다. 벌써 몇 일, 아니 몇 주째 내리고 있는 끈질긴 비였다. 춥고, 지겹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봄날의 비. 서울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참으로 오랫만일 것이다. 경수가 아스팔트 바닥에서 일어나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일때, 경수의 흰 뺨에 꺼끌한 아스팔트 바닥이 쓸려 붉은 선혈이 맺혔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의 아스팔트 바닥은 축축하고, 차갑다. 아슬아슬한 빗방울들이 경수의 머리칼에 스몄다. 두 뺨이 시리고, 뼈마디 사이사이가 욱씬거리는, 그런 통증을 일으켰다. 경수가 두 팔을 간신히 지탱하며 아스팔트 바닥에 앉을때, 짙은색의 자국들로 얼룩덜룩해진, 어쩌면 빗방울이 아닌듯한 것들로 더러워진 바닥이 두 눈에 가득 들어찼다. 경수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어쩌면 저 바닥의 자국들이 자신의 손에 길고 깊게 찢어진 상처와 맞물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다. 약한 피부가 벌어져 그 붉은기를 내뿜고 있는 상처 안으로 한 줄기 빗방울이 스며들었다. 상처에 느껴지는 욱씬거림에 경수가 헉, 하고 짧은 숨을 내뱉았다.
가슴 속에서부터 선명하게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이른 아침의 적막함 속에 묻혀나갔다. 아직 조금 이른 아침이구나. 경수는 창백한 회색빛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른 아침의 공기가 휑하니 텅 빈 거리를 채웠다. 경수는 아직 어색한 느낌의 팔다리를 조금 움직였다가, 손가락 끝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아드레날린에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여기는 어딜까. 어딘가 낯익은 느낌의 골목이 경수의 시야에 들어찼다. 이윽고 경수는 지금 자신의 아파트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아챘다. 경수는 발 끝을 질질 끌며 느리게 걸었다. 이른 시간부터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이 경수를 지나칠때마다 저마다 경수를 흘끗 흘겨보곤 지나쳤다. 빈약하게 내리는 이슬비는 경수를 물에 빠진 생쥐꼴으로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경수의 옷자락 안으로 습한 냉기를 전하기는 충분했다.
경수가 아파트에 다다랐을때 즈음에는, 아파트 건물의 이층 오른쪽 첫번째 방 창문이 열려있었다. 경수는 살짝 열린 창문을 조금 멍하고,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경수가 창문에서 시선을 떼고 옆쪽의 길로 고개를 돌렸을때, 검정색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제네시스가 그 자태를 뽐내듯 정갈하게 주차되어있었다. 경수는 발을 끌며 검정색의 제네시스로 다가가 차 문에 등을 대고 기대었다. 그리고는 바지 뒷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지갑을 찾으려 손을 더듬거렸다. 손에 잡힌 지갑에서는 약간의 현금, 신용카드, 아무렇게나 꽂힌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 어지럽게 쌓인 영수증 무더기가 지갑에서 삐져나왔다. 경수는 차에 기대었던 등을 떼고 인색한 눈빛으로 아파트의 창문을 한 번 흘끗 올려다보았다가 이윽고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다시 느리게 걸어갔다.
두 다리를 쉬지 않고 움직이다 경수는 길거리의 신문가판대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두꺼운 뭉텅이의 신문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빠른 눈짓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훑어보다, 시선이 종이 오른쪽 끝 위에 다다를때 신문지 끝을 잡고있는 경수의 손이 조금 떨려왔다 - "소득세 2.4% 증가" "경주 자동차 인천 항구에 쌓여". 짧은 한숨을 내쉰 경수가 조심스레 신문지를 제자리로 가져다놓았다. 그리고 경수가 고개를 들었을때, 길가에 멈춰선 파란색 현대 자동차의 열린 운전석 창문에서부터 누군가 경수를 바라보고있었다.
"안녕하세요."
운전석에 앉아 경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이 경수를 향해 서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타실래요?"
남자의 말에 경수는 발 끝을 어쩔 줄 몰라하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직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도경수, 맞죠? 그쪽 경기장에서 봤었는데. 제 이름은 종대에요. 김종대."
자신을 친히 김종대라 소개한 남자는 여전히 서글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악수를 청하는듯 창문 밖으로 한 손을 쭈욱 내밀어보였다. 경수도 사람인지라, 몸에 베인 기본 예절이 종대라는 남자에게 한 발 다가가 창문 밖으로 내밀어진 손을 맞잡게했다.
"차에 타세요. 비도 오고, 것보다 그쪽은 지금 막 차사고 현장에서 겨우 살아나온 사람 같은 모습이에요."
경수의 손을 붙잡고 악수를 하던 종대의 눈이 경수의 상처난 팔로 향했다. 그 시선에 경수는 재빨리 손을 뒤로 빼내었다.
"제가 그쪽 가시는 곳까지 태워다 드릴게요. 미안해 하실 필요는 절대 없어요. 여기서 많이 멀어요?"
경수는 종대의 말을 끊고 미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저는 진짜 괜찮아요. 뭐, 솔직히 지금 어디 막상 갈 데도 없거든요."
그런 경수의 말을 듣다 만 종대가 눈썹을 치켜뜬 채 그저 경수를 향해 눈을 깜빡여보였다.
"아."
어찌 된 영문인지, 어느새 경수는 종대의 차 안 조수석에 두 손을 꼭 말아쥐어 무릎 위에 놓은 채 잠자코 앉아있었다. 팔에서 흐른 피가 차 시트에 묻어 행여나 종대의 차를 더럽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경수는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제가 도와드릴수 있을거 같은데. 종대가 그런 경수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그새 경수는 눈알을 열심히 굴리며 종대가 던진 말에 대한 답을 생각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경수씨 안부 많이 궁금해하던데, 알고 있어요?"
경수는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얼핏 들어봐도 경수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알아챌수 있었다. 경수는 창문에 기대어, 저를 지나쳐가는 자동차와 높은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단색의 그림자로 색이 입혀진 서울의 풍경이 경수의 눈을 지나쳐갔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EXO라는 레이스팀이 있는데, 혹시 들어 봤어요? 내 친구들인데, 곧 있을 레이스 때문에 마침 새로운 운전수를 하나 찾고 있는데, 경수씨도 한 번 가 보시는게 어때요? 걔네들이 트랙에서 경수씨 봤다던데."
종대가 큰 몸짓을 취하며 핸들을 두어번 감았다. 경수는 생각했다. 종대는 아마어떤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있을때, 한 시라도 입을 가만히 놔두질 못하는, 그런 류의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고.
"걔네들이 경수씨에 대해 물어봤어요."
경수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조용히 묻자, 종대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가고있다고 답했다.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하는 종대에게 더이상 대답을 하는 것도 귀찮다고 느낀 경수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종대는 그런 경수에 눈길을 돌렸다.
"정말 괜찮아요? 진짜 병원 안 가봐도 괜찮겠어요? 귀에서 피나는데."
종대의 말에 경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선 저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경수의 손가락이 금새 검붉은 피로 얼룩졌다.
종대가 고개를 돌려 걱정스러운 눈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말하자면 경수의 몸 어느 특정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전화번호 어디다가 적어둬야 할 거 같은데요. 누군가 경수씨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경수는 종대의 시선을 따라 저의 큰 눈동자를 굴렸다. 손가락이 자동적으로 종대의 시선과 맞물린 곳을 따라갔다. 경수의 창백하디 하얀 손바닥에는 검정색 잉크로 쓰여진, 전혀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어딘가 어설프고 불안정한 모양의 획, 마치 어린 아이가 쓴 듯 삐뚤빼뚤한, 그 글자를 알이보기 힘들 정도로 빗물과 자잘한 핏빛 상처들로 번진 괴상한 모양의 숫자들. 숫자들의 행렬, 그러나 그 누군가의 전화번호가 되기에는 너무 짧은듯한 번호가 경수의 손바닥 중앙에 휘갈기듯 쓰여있었다.
20211130
"뭐, 그쪽이 그 번호 주인의 이름을 기억하기를 바랄게요."
클러치-축의 회전 운동을 다른 축에 전달할 때 필요에 따라 엔진 동력 전달을 끊을 수 있는 축이음 장치.-를 두번째 기어로 내렸다. 자동차 엔진 회전 속도가 4500 rpm까지 올라갈때, 그 강한 여파가 경수의 몸을 스치고 지나쳐간다. 재빨리 클러치를 내림과 동시에 차 바퀴가 급정거하는 반동에 의하여 몸이 뒤로 쏠렸다. 바퀴의 고무가 트랙의 콘크리트 바닥에 쓸려 만들어내는 마찰음이 엔진 소리만큼 크게 울렸다. 핸들을 조금 과장하는듯 한 몸짓으로 크게 꺽으며 차를 움직였다.
차의 속도를 점차 늦추면서 스키드 운전 연습장-일부러 미끄러지기 쉽게 만든 곳-의 중앙에 떡하니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보기 좋은 곡선을 그리며 올라간 입꼬리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얌전히 팔짱을 낀 상태를 유지하며 시끄러운 마찰음을 마구 만들어내는 경수의 차를 바라보았다. 경수가 브레이크를 세게 밟음과 동시에 차가 경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그 남자의 발 끝에 아슬하게 정차한다. 남자는 자신의 앞에 아슬하게 선 차를 멀뚱이 바라볼 뿐 그 흔한 미동도 하나 없었다. 이윽고 키가 큰 남자가 팔짱을 꼈던 팔을 풀고는 느리게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경수는 약한 한숨을 내쉬고는 키를 뽑아들고 안전벨트를 풀며 차에서 내렸다. 경수의 주변에 몰린 사람들이 그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에 화답하듯 경수가 차 문을 세게 닫는다.
"와 진짜 존나 멋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키 큰 남자의 표정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서 다소 격한 흥분으로 바뀐듯 했다. 저 남자 눈 진짜 크다 눈이 쏟아질것 같애, 라고 생각하며 경수는 조심스레 그 남자에게서 한 발짝 물러난다. 경수를 향한 그 남자의 활짝 웃은 미소에 그 남자의 이가 다 드러난다. 이가 무서우리만치 하얗고 어디 하나 삐뚤어진 치아 없이 정갈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 박찬열, 꺼져. 네가 지금 애를 겁 주고 있잖아!"
높게 쌓인 철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들 중에 하나가 찬열이라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박찬열 그거 아냐? 네 눈 지금 튀어나올거 같거든?"
"아 변백현 진짜 꺼져라! 그러고보니 네가 왜 여기 있는건데? 여기 네 팀도 아니잖아!"
"네 팀에 새로 온 신입 좀 확인하려고."
변백현이라는 남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물고있던 담배를 빼 담뱃재를 땅에 무심하게 털었다. 이윽고 그 남자가 일어나 찬열에게로 다가왔다. 경수가 내심 움찔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뭐 나쁘진 않은것 같아,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저번에 네 뒷마당에다가 부러진 유리를 마구 버려놨던 그 사람보다는 확실히 나은것 같은데?"
백현이라는 남자가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를 띤 채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꺼져라 변백현. 질투 하지 마 새끼야. 아주 그냥 니 엉덩이를 존나 세게 차서 바닥에다가 내리꽂아주고싶네."
찬열이 백현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에 백현은 제 앞을 가로막은 찬열을 떼어놓기 위해 팔을 휘적였다.
"내가 보기에는 잘 하는 것 같아."
다른 남자가 여전히 투닥거리고있는 그 둘에게 걸어오며 말한다. 경수가 이 곳에 처음 왔을때 그 남자는 자신을 준면이라고 소개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준면이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경수에게 말했다.
"그 쪽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저희들에게 보여주세요."
경수는 속으로 준면이라는 남자가 굉장히 젠틀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그 쪽 이름이 뭐라고 했었죠?"
"도경수요."
경수가 저에게로 쏠린 시선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조심스레 차 문에 기대었다.
"왜, 제 정보가 좀 더 필요하세요?"
"뭐, 아직은 필요 없을걸요."
비쩍 마른 한 남자가 약하게 웃었다. 약간 혀짧은 소리를 내는듯한 그 마른 남자가 말했다.
백현이 찬열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친 채 어깨를 으쓱했다.
"약간 테크닉이 부족한거 같은데 - 아까 보니까 조금씩 미끌거리는것 같더라고... 뭐 그래도 괜찮은것 같아요."
"근데 경수씨 되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것 같은데, 안그래?"
찬열이 경수쪽으로 조금 더 다가옴으로써 경수를 그 큰 키에 가둬버리며 웃었다. 그에 경수는 저의 등을 차 문에 더욱 밀착하며 찬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맞아, 경수씨가 운전하는 방식이 조금... 그 애를 떠올리게 하네."
백현이 갑자기 그의 눈을 경수에게로 맞춘다.
"경수씨랑 그 애 둘다 무슨 차사고라도 낼 것 처럼 미친듯이 거칠게 운전하는게 똑 닮았어. 진짜 미친 사람처럼 겁이 없는듯한 운전이지. 뭐 가끔은 그게 좋은 생각 같지는 않지만."
경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허리에 걸친 채 자신의 계약서를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좋은 점은 이제 우리가 그 애의 빈 자리를 메꾸어줄 경수씨가 있다는 거지, 아냐?"
"그 누구도 카이의 자리를 메울 수 없다는거 알잖아 변백현. 카이는 아직 이 팀에 속해있다고."
준면이 어쩐지 약간 화난 표정을 지으며 백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뭐, 가끔은 그게 좀 기억하기가 어렵네. 반 년동안 그림자도 보지 못했으니까."
백현이 눈알을 굴렸다.
"카이한테 이번 경주에 참여할거냐고 물어보기는 했어?"
그 한마디에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숙연해진 분위기에 모두가 서로를 쳐다본다.
"...내가 마지막으로 카이를 본 게 공식적으로 경주 우승자가 발표 나기 전이었는데. 한 달쯤 지났어."
마른 남자가 어딘가 대단히 불편해 보이는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래서..."
경수가 적막한 분위기를 깨고 한걸음 내디뎠다.
"저 통과인건가요?"
"이제 나가고 싶어도 나갈수 없어요." 준면이 경수의 앞으로 자리를 옮기며 환영하는 의미의 악수를 청했다.
"EXO-K에 온걸 환영해요."
서울의 봄은 반짝거리는 불빛들과 젖은 콘크리트로 가득했다. 도시의 활기는 인천 북쪽 항구의 고속도로를 정신없이 오가는 수많은 차들에 의해 뿜어져나왔다. 마치 인천 북쪽 항구의 고속도로 위에는 각기각색의 금속 괴물들이 빽빽히 즐비한것처럼 보였다. 빠른 비트의 댄스풍 음악들이 자동차 스피커에서 저마다의 비트를 자랑하듯 오만하게 쏟아져나왔고, 재벌 2세들은 약속이라듯 한듯 딱 달라붙거나 짧은 차림의 옷을 입은 여자들을 양팔에 끼고 제 집안의 돈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재벌가의 자제들이 여자들을 끼고 돈을 자랑할때, 중년의 정부 간부들과 실질적 재벌들은 그들의 몇십억대 슈퍼카-페라리 레드와 BMW 블랙-옆에 서서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경수는 저의 블랙 제네시스를 화려한 은색의 줄무늬가 그려진 레드 GT-R -찬열과 백현이 타고있다- 과 나란히 달리며 시원하고 부드럽게 운전했다. 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차를 가르고 경수의 머리카락을 헤집어놓았다. 레드 GT-R 안에서는 찬열이 바베큐 맛의 감자칩을 한 웅큼 집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요란스럽게 씹어대면, 그 옆에서 백현은 태연스럽게 찬열의 품에 안긴 감자칩 봉지에서 감자칩 한 웅큼씩을 5초 간격으로 훔쳐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경수는 고개를 돌려 내린 창문 너머의 백현을 흘끗 쳐다보았다 - 백현의 눈가에 그려진 짙은 아이라인과 손가락이 부러질것 같은 금속 반지들 그리고 치렁치렁한 목걸이는 백현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그런 경수가 저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 백현은 따라 고개를 돌려 경수에게 짖궂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벨벳퍼플색의 아우디가 부드럽게 GT-R의 다른 쪽에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경수는 아까 낮에 벨벳퍼플의 아우디를 차고에서 한 번 본적이 있었지만, 우아하게 빛나는 그 특유의 광택은 길거리의 불빛 아래에서 더욱이 그 모양을 뽐냈다.
"야, 오세훈!"
찬열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우디를 몰던 마른 남자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비쩍 마른 세훈이라는 남자는 굉장히 단정하고 모던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헤어왁스로 머리를 뒤로 고정시킨 채 값비싼 브랜드 가죽 자켓을 걸친 모습은 아주 오만한 재벌 2세 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차고 흐르는 돈과 시간에 발랑 까져 레이스 트랙에서 색다른 스릴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그런 완연한 그림이 연상됐다.
"더 웃긴 건 준면이 형이 엄청난 재벌 2세라는 거야."
찬열의 깊고 낮은 웃음소리가 웅웅대는 엔진소리와 큰 소리로 울려대는 음악소리 위를 갈랐다. 경수는 GT-R의 견고하고 튼튼한 앞유리에 기대어 찬열과 백현의 무의미한 농담 따먹기를 듣고있었다. 찬열이 오렌지색 이클립스 너머의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준면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저 아우디 V10은 말이야, 원래 준면이 형 꺼거든. 근데 준면이 형은 정작 레이스를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젠틀하셔서 세훈이한테 빌려준거야.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계략인 셈이지. 그러면 오세훈은 좋은 미끼가 되는거지. 다른 방탕한 재벌가 자제들을 유혹하는거야, 오세훈을 또 다른 돈 많은 그런 방탕한 생활에 찌들린 애라고 생각하게 만들면서. 그러면 이제 트랙 위에서 꽤나 짭짤한 수익이 들어오는거지."
"그런데 경수씨도 그렇지 않냐, 안 그래?"
백현이 소리 없이 웃으며 감자칩을 경수에게 건넸다.
"저 둔해보이고 도저히 갈피를 잡을수 없는, 아무 것도 읽어내릴수 없는 표정을 봐, 모든 사람들이 경수씨가 길 잃고 겁에 질린 애가 우연히 트랙으로 굴러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할걸. 그런데 아니잖아, 그렇죠? 내가 경수씨 레이스를 봤거든. 뭐 레이스 트랙으로 굴러 떨어졌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짜 경수씨가 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사실은 준면이 형이 경수씨를 우리 팀으로 데려오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준면이 형이 이런 쪽에는 또 보는 눈이 있단 말이야."
"부각산 트랙에 그 커브 말이죠, 진짜 굉장했어요. 경수씨는 가능성이 있고, 또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저쪽은 경수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 누군지 모른단 말이죠. 경수씨는 우리 팀의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어요."
경수는 저의 어깨에 묻어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왜 제가 그쪽들을 위해 레이스를 할 거라 생각했죠?"
"그러니까, 경수씨는 지금 여기 우리들과 같이 있잖아요? 그리고 잘 알잖아요, 이건 오직 우리에 대한것만이 아니란거. 뭐 돈 때문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에요."
찬열이 경수를 향해 낮게 웃으며 방금 도착한 Ice Blue 370z 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인다. 세훈처럼 비쩍 마르진 않았지만 호리호리한 소년이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소년은 큰 눈을 가지고 있었고 굉장히 어려보였지만, 표정이나 말투는 조금 날카로운 분위기였다. 세훈은 소년을 보자 자신의 품 안으로 넣고 꽉 안았다.
"그쪽은 그 모습을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쪽을 볼 때면 항상 그 순간으로 돌아가요. 말했잖아요, 그쪽은 자꾸 어떤 사람을 기억나게 한다고."
"친구 누가 떠난건가요?"
"카이는 떠난게 아냐."
찬열이 고개를 세게 저었다. 마치 그 생각을 떨쳐내버리려는듯.
"카이는 그냥... 올 수 있는데 오지 않는거야."
백현이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저 사람들이 모두 준면씨의 팀인가요?"
경수가 세훈과 준면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무리들의 방향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맞아요. 저기는 M 팀. 주황색 이클립스 옆에 키가 좀 작은 친구는 이씽이죠. 방금 Ice Blue 370z를 타고 온 귀엽게 생긴 친구는 민석이. 저 번지르르한 녹색 제네시스는 타오, 왜 좀 쿵푸 킬러처럼 생긴 친구요. 생긴건 저래도 하는 짓은 귀여워요. 아, 그리고 준면이 형이랑 얘기하고 있는 친구는 종대에요. M 팀의 리더? 매니저? 뭐 그런거죠. 경수씨도 곧 저 애들을 만나게 될 거에요."
사람들 너머로 종대의 시선이 경수와 맞닿자 종대가 경수에게로 손을 흔들어보인다.
"레이스 워 (Race War), 한번쯤은 꼭 들어봤을 거에요, 맞죠? 뭐 연말 레이스 쇼 같은거죠 여기서는. 한 팀 당 최대 다섯대의 차만 참여할수 있구요. 그 룰 때문에 우리 팀이 똑같은 차고를 쓰지만 두 팀으로 나눠진거죠, K 랑 M 으로요. 뭐 전국의 별 사람들이 다 와요. 한국인 정비사들, 운반자들, 돈 자랑하려고 오는 것들 등등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와요. 장소는 매년 바뀌죠. 이번년은 갈마산 트랙에서 열려요. 그것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드라이버를 모집하고 있었어요. 실력 좋은 드라이버들요. 우리 팀도 꽤 잘하고 에이스 카드가 다 있긴 한데,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에 경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백현을 쳐다보았다.
"왜냐면 우리 에이스 카드가 좀 못미더운 새끼라서요. 실력이 굉장히 좋긴 한데, 다들 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죠. 이렇게 팀워크가 무너지면 아주 뭐 되는거죠."
백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약하게 흔들었다.
이윽고 준면이 그들에게로 걸어와 백현의 어깨를 살짝 쳤다. 세훈이 준면을 따라갔다.
"자, 다들 준비 해야지? 우리 네번째 순서야."
찬열이 경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붉은색의 GT-R에 올라탔다.
"오늘은 누가 운전하는거야?"
"세훈이랑 경수씨. 세훈이는 벌써 점수를 많이 따놓은 모양이야. 아, 그리고 오늘밤에는 도로를 닫지 않는데. 그러니까 자유로 트랙을 사용할수 있는 시간이 늘려진거지."
준면이 경수의 뒷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웃었다. 준면이 세훈과 경수에게 작은 검정색의 이어폰과 마이크 세트를 주었다.
"코디네이션을 위해서."
준면이 말하자, 준면의 작은 목소리가 운전석에 타는 경수의 귓가에 울린다.
검정과 초록색의 제네시스 두 대와 Ice Blue 370z 가 스타트 라인에 서 있었다. 민석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경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임에 비해 타오는 그저 고개만 끄덕여보인다. 찬열과 백현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행운을 빈다며 경수에게 응원을 복돋아주고 있었다. GT-R데칼이 너무 많은듯 한 형광 초록색의 Nissan Silvia가 옆에 은색의 Mercedes S350을 나란히 한 채 파란색의 LED 조명을 켠다. 이번 레이스를 위한 트랙은 약간 복잡할것이라 예상한다.
우렁찬 엔진소리가 경수의 머리를 감싸고, 방음유리로 만들어진 창문이 세상과 경수를 완전히 차단시켜버리는 듯했다. 경수는 온 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며 몸을 약간 떨었다.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휑한 고속도로에 콘크리트 빌딩과 어두운 산이 길거리 조명과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의해 아른거리고 있었다. 준면의 작은 목소리가 다시금 경수의 귀에서 울려퍼졌다.
"Ready. Set. Go."
준면의 완고한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몸이 앞으로 휩쓸렸다.
세훈이 은색의 메르세데스와 함께 앞장서고 있었다. 어두운 녹색의 제네시스가 은색의 메르세데스와 세훈의 중간으로 끼어들 때, 세훈의 보라색 아우디가 우아하고 부드럽게 속력을 내 앞질러갔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듯한 큰 소리를 내는 네온그린의 Silvia가 속력을 가할때 즈음, 경수가 아주 조심스럽게 방향을 틀며 저의 차와 Silvia가 서로 부딫히게끔 만들었다. 그에 Silvia는 저 멀리 도로의 반대방향으로 밀려나버렸고, 경수는 한 쪽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며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차들과 함께 유유히 트랙 위를 달렸다. Silvia의 운전석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운전수가 경수를 향해 뭐라고 소리쳤지만, 경수는 이미 속력을 붙여 녹색의 제네시스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는 중이었다.
차들은 한동안 저마다의 일정한 속도를 지키며 달렸다. 그러다 타오가 갑자기 메르세데스를 한 쪽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에 Ice Blue 370z가 급속도로 경수의 차를 지나쳐갈때, 경수는 그제서야 자신이 민석에게 길을 내어준 것을 알아챘다.
"뭐야-"
경수가 혼란스러운듯 눈을 깜빡였다 - 방금 경수를 지나쳐 간 Ice Blue 370z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던 듯 했다. 이윽고 Ice Blue 370z가 빠른 속도로 메르세데스를 지나쳐 세훈의 아우디를 따라잡았다.
"지금 민석이가 앞질러 간거 맞지? 아, 민석이는 M 팀의 에이스 카드야."
준면의 목소리가 경수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왔다. 경수는 저 민석이라는 작은 소년이 마치 지옥 끝자락의 악마처럼 과격히 차를 모는것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자 하니 타오는 M 팀의 미끼인듯 싶었다.
"경수, 지금이야!"
세훈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타오의 제네시스와 은색의 메르세데스를 밀어붙였다. 그에 따라 경수 앞으로 아주 크고 긴 공간이 뻗어있었다. 경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저의 아랫입술을 꾹 깨문채 악셀을 세게 밟았다.
"100미터 앞에서 유턴해!"
준면의 한껏 들뜬 목소리가 경수의 이어폰에서 울렸다. 경수가 차의 무게 중심을 앞바퀴에 쏟으며 급작스럽게 속력을 낮추기 시작했다. 뒷바퀴가 견인력을 잃고 경수가 세게 드리프트 (회전)을 함에 따라 앞으로 굴러가는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에 뜨겁게 마찰되며 큰 소리를 냈다. 완벽하고 깔끔한 몸짓으로 경수가 핸들을 180도 돌려 출발선으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경수는 1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석의 차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가속도를 붙여 민석의 차를 따라가려던 찰나,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차의 밝은 헤드라이트 조명에 경수가 눈을 찌푸렸다. 그 괴물같은 차는 경수의 차를 옆으로 들이받으며 경수의 앞길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미친. 저거 뭐야!"
경수가 믿기지 않는듯 한 표정을 지으며 욕을 읊조렸다. 방금 저를 옆으로 들이받으며 방해한 차는 저의 멋을 뽐내는듯한 은색의 광택을 자아내는 재규어 XJ 세단형 승용차였다. 그 차는 레이스의 참여자가 아니였다고 확신할 수 있지만, 또 일반인이 저렇게 무섭게 운전할 수 있다고도 확신할 수 없었다.
"대박."
숨이 넘어갈듯한 찬열의 큰 웃음소리가 경수의 이어폰에서 크게 울려댔다.
"와 미친! 대박, 어디 있나 했더니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저거 봐라! 도경수 저 차에 가까이 가지 마!"
"뭐?!"
"저 재규어, 저게 카이라고! 카이한테 절대로 가까이 가지마. 안 그럼 니 차가 두 동강으로 개박살 난 채로 도로에 굴러다닐 걸! 와 저새끼 지금 김민석한테 가고 있잖아!"
아니나 다를까, 찬열의 말과 같이 재규어가 민석의 Ice Blue 370z를 몰아붙임과 동시에 민석의 차가 도로 저 구석으로 밀려났다. 민석이 재빨리 방향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민석의 차는 관성력을 잃어버린 채 재규어를 피하려고 했다.
"아 망할, 김민석 또 성질내겠다."
재규어가 경수의 차 오른쪽을 마구 들이받았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제네시스의 은색 페인트 코팅이 재규어의 과격한 공격에 벗겨지고 있었다. 경수가 핸들을 꺾어 재규어로부터 달아나려 했지만 재규어는 한 번 더 경수의 차 측면을 들이받았다. 은색 제네시스의 헤드라이트가 그 빛을 잃으며 여러 조각의 파편으로 부셔졌다.
"하, 돌겠네."
이어폰에서 찬열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히 울려댔다.
"지금 카이가 도경수가 우리 팀이란걸 모르고 있어. 도경수, 잘 들어. 카이는 이 레이스를 이기려고 온 게 아니야. 저 새끼는 그냥 다른 팀을 개박살내고 막으려고 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냥 카이한테서 물러서-"
경수가 폐 속을 공기로 빈틈없이 채우려는듯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어깨를 한 번 풀었다. 그리고는 미친듯이 재규어를 향해 악셀을 밟았다. 핸들을 꺾고, 타이어가 아스팔트 도로와 마찰하는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마치 그 타이어의 소음과 화음을 이루듯, 제네시스와 재규어의 조그만 틈에서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유리 파편들이 이리저리 튀는 소리, 그리고 금속 파편 따위가 터지는 소리가 일사분란하게 들려왔다. 재규어의 까만 창문 뒤로 보이는 차는 더이상 없었지만 자신에게 온 시선이 쏠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재규어와 나란히 출발점으로 달려간 것은 추상적으로 남아있었다. 작은 경련들이 경수의 몸에서 일어났고 불분명한 사람들의 소리치는 소리에 기절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경수가 재규어를 제치고 미친듯이 달렸다 - 그리고 모든 것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눈을 떴을때, 찬열이 차 문을 열고서는 크게 웃으며 경수를 끌어안았다.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고 박수갈채를 보내며 경수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경수가 이제서야 자신이 무슨 무모한 짓을 했는지 깨닳았다.
"와 너 존나 미친놈이구나!"
찬열이 경수의 팔을 잡아 끌었다.
"너 아까 그 레이스를 이기려고 지금 니 차 오른쪽 부분을 완전히 박살낸거야. 뭐 그래도 그게 또 다른 미친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안해야 할 거라고 생각할게!"
경수가 고개를 들고 저의 박살난 차 옆의 똑같이 구부러지고 박살이 난 재규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재규어의 내린 창문에서 그 또 다른 미친놈이 저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경수는 저의 쿵쾅거리는 심장과 심장부근에서 뜨겁게 치솟는 아드레날린이 혈관을 타고 손가락 끝으로 타고 내리는 것을 느꼈다. 손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이윽고 Ice Blue 370z가 재규어의 옆에 멈추었다.
"야 카이! 이번 레이스 워에 참가하는거야?"
민석이 저의 차 안에서 얼굴만을 빼꼼 내민채로 소리쳤다. 경수는 생각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나타난 차에 의해 영문없이 도로 저 끝으로 밀려난 것에 비해 민석은 그다지 화난것 같아보이지 않다고.
"응. 어, 그럴것 같아."
깊고 낮은 음색의 목소리가 경수의 고개를 치켜들게 만들었다. 그들의 눈이 다시 마주치자, 경수는 얼음 마냥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다른 차들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기 전에 재규어는 어둑어둑한 밤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밤이 깊어질 때 즈음 세훈이 두둑한 돈 뭉치를 경수에게 건네주었다. 그 묵직한 돈뭉치에 경수는 그저 눈을 깜빡일수 밖에 없었다.
"종인이가 너를 피하게 만들진 마."
"누가 종인인데?"
경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지만 세훈은 이미 저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이것은 그저 경수의 상상일수도 있지만, 경수는 이른 아침시간에 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은색의 재규어를 다시 보았다. 테일라이트는 부서진 상태였고 문짝은 안쪽으로 움푹 패인 채였다. 경수는 재규어가 고속도로 커브에서 커브와는 전혀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아스팔트 바닥에 차 앞머리를 박는, 소름끼치는 차 사고 광경을 목격했다. 끼익거리며 날라가는 금속 파편들과 부서진 유리 조각들. 그 소리들의 불협화음은 군더더기 없이 컸고, 평화롭고 따분한 이른 아침의 거센 충돌이었다. 극단적인 불길이나 폭발따위는 없었다. 그저 구겨지고 부서진 금속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튀어있을 뿐이었다. 그 날은 유난히 서울의 아침 공기가 차갑던 날이었다.
경수는 저의 차에 가만히 앉아 도시의 새벽에 햇살 한 줄기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 처참한 금속 잔해들로에서 나오지 않았다 - 남아있는 것은 은색의 재규어였다. 경수의 심장박동 소리가 가슴속에서 더 선명히 들려왔다. 경수는 그 기다림을 자신의 음악 씨디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며 보냈다 - 가수에 따라, 앨범에 따라, 장르에 따라, 년도에 따라 - 다시 하고 또 다시 정리하기를 반복했다.
어디에서도 피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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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팬픽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번역한 것이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을수 있어요. 다 저의 잘못.. 오역도 있고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듯한 문장들은 의역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하하